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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일 : 2013-10-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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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빛 물결 장관 … 순백의‘억새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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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빛 물결 장관 … 순백의‘억새바다’ |
승학산, 순백의 눈부신 억새벌이 바다처럼 펼쳐진 곳. 바람에 흩날리는 수 백, 수 천 만의 홀씨들이 일시에 제각각의 길로 홀연히, 훌훌 떠나가는 곳. 가을이면 승학산은, 하늘을 하얗게 메우며 떠나가는 새로운 생명들의 장도를 볼 수가 있어 좋다.
그곳으로 억새꽃, 그들을 만나러 간다. 그들의 아름다운 길을 따라 가을을 배웅하고 겨울을 마중하기 위해, 그들이 함께 떠날 준비를 하는 언덕으로 한 발 한 발 걸어 들어간다.어디를 가도 자유로운 그들의 영혼이 바람에 일렁인다. 온 산을 하얗게 물들이고 있는 그들의 흔들림에 벅차오르는 자유로움을 느낀다. 억새꽃들은 바람에 제 몸들 부비며 파도소리를 내고 억새밭은 역광을 받아 파도처럼 포말로 하얗게 부서진다. 그리하여 결국에는 겨울 너머로 사라지는 것이다. 그 ‘사라짐의 미학’에 격한 호응을 하며 오르는 길이 승학산의 억새 산행이다.
구덕산 너른 들에서 승학산으로 향한다. 호젓한 산책길이 나그네를 맞이한다. 마음 편한 길, 따뜻한 햇볕 사이로 가을색이 깊어간다. 대다수의 나무들이 이제 가진 것 다 떨어뜨리며 이듬해의 절정을 위해 마음을 비우는 시간이다. 다음 계절을 미리 준비하는 나무들의 혜안이 경이롭기만 하다.
승학산 오르는 길목. 오른쪽으로 백양산 산릉들이 펼쳐지고 멀리 낙동강이 한눈에 펼쳐진다. 문득 뒤를 돌아본다. 왔던 길이 아스라하다. 구덕산 정상과 시약산의 기상대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그 옆으로 다대포 앞바다가 가을햇살에 물들어 글썽인다. 쥐섬, 모자섬이 점점이 떠 있는 것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억새밭 사이로 군데군데 제 인생길의 흔적처럼 휘고 굽은 늙은 소나무 몇 그루 서 있다. 언덕의 바람을 고스란히 몸으로 맞으며 꿋꿋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이다. 그들을 보며 인간의 잔망스러움에 새삼 부끄러워진다.
갈대숲 사이로 승학산은 가까이 다가오며 더욱 봉긋해진다. 억새가 흔들릴수록 승학산도 이리저리 흔들린다. 역광을 받아 일제히 억새꽃 보풀들이 빛난다. 꽃 사이로 햇빛을 품어, 수만 수천의 억새꽃들이 빛을 뿜어내고 있다. 바람에 강물처럼 그 억새들이 흐른다. 환하게 불 밝히며 밤 강가를 흐르는 유등 행렬 같다.
하산을 서두른다. 우수수 바람에 나뭇잎이 크게 흔들린다. 깊어지는 가을, 제 살들을 부비는 나뭇잎들의 안간힘이 힘겹다. 으스름 속, 임도로 들어서자 승학산은 고즈넉하면서도 포근하다. 산비둘기 한 마리, 사람 인기척에 푸드득 날아오른다. 숲의 모든 것들이 평화롭다. 사람의 마음도 그러하다. 그렇게 임도로 되돌아오는 저녁, 달빛 하나 허공에 떠서 억새밭을 하얗게 물들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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