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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일 : 2013-11-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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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질 단단하고 씹을수록 고소한 맛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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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질 단단하고 씹을수록 고소한 맛 |
붕장어 주산지 ‘칠암’ … 회 · 매운탕 · 구이 모두 별미
보양식으로 인기 높아
기장은 부산 갈맷길 700리의 시작점이다. 갈매기와 함께 걷는 해안길의 들머리이기도 하다. 그중에서도 칠암은 갈맷길의 중심지로 통하는 곳. 예전 기장의 아름다운 아홉 포구, ‘기장구포(機張九浦)’ 중 하나였던 독이포(禿伊浦 : 문동리에서 칠암리에 이르는 포구)가 있던 자리이다.
붕장어의 주산지로, 전국적으로도 유명한 지역음식 브랜드 ‘칠암 붕장어’의 발상지이기도 하다. 풍요로운 붕장어 마을, 칠암을 찾아간다. 기장에서 마을버스를 타고 문동마을에서 내린다. 낯익은 갯내가 코를 간질인다. 바다는 푸르고 한낮의 햇살은 따사롭다.
회도 좋고 매운탕 · 추어탕 · 구이로도 그만
문동마을에서부터 느긋하게 바다와 마주한다. 그윽하고 적요한 포구. 마을 풍경이 마치 한적한 섬마을처럼 아름답다. 고기잡이배들이 방파제 계류장에서 한가롭게 노닐고, 그물을 손질하는 어부들의 일상 또한 여유롭다.
칠암방파제 입구, 오래된 마을 구판장이 하나 보인다. 이곳서 동네 어르신들이 한담을 즐기고 있다. 다가가 어르신들과 말을 섞는다.
“요즘도 붕장어가 많이 잡히나요?”, “그럼. 요샌 기술이 좋아져서 예전보다 더 많이 잡아.” 어르신들이 이구동성으로 말을 받았다.
“옛날부터 칠암은 붕장어의 주산지여서, 부산의 붕장어 배는 거의 이곳에서 출항했다니까. 장어 크기가 60~70㎝쯤 되는 놈들이라 육질이 적당히 단단하면서도 부드러워 최고로 쳤어. 씹을수록 고소하고 단맛이 돌아.”
재빨리 그 옆 어른이 맞장구를 친다. “회도 좋지만 매운탕, 장어구이, 붕장어 추어탕도 일미지. 칠암 붕장어는 어떻게 해먹어도 맛있어.” 모두들 칠암 붕장어 자랑이 대단하다.
칠암마을에는 40여개 횟집이 모여 횟집촌을 이루고 있다. 근해에서 잡은 신선한 생선들을 즉석에서 직접 조리해준다. 특히 붕장어는 산지에서만 맛볼 수 있는 풍성하고 싱싱한 맛을 한껏 선사하고 있다. 붕장어는 단백질과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해 원기회복에 더 없이 좋은 음식이다.
남녀노소 모두 좋아할 뿐만 아니라, 몸이 허한 이들의 보양식으로도 최고의 반열이다. ‘부부금슬 좋아지는(?) 음식’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는 후문이다.
회 초장 함께 먹어야 더욱 맛 있어
붕장어를 전문으로 하는 횟집에 자리를 잡는다. 칠암 붕장어 요리 몇 개를 주문한다. 먼저 붕장어회가 접시에 고봉으로 담겨져 나온다. 유백색의 붕장어회가 고슬고슬~ 하얀 쌀밥을 얹어놓은 것 같다.
칠암 붕장어회는 다른 지역과 달리, 붕장어를 얇게 저미듯 썬 후 물기를 충분히 빼서 내는 것이 특징. 해서 후~ 불면 날아갈 듯이 푸들푸들한데, 젓가락으로 집으면 술술 흩어져 내릴 정도이다. 붕장어회는 생선회 중에서도 특히 회 초장과 잘 어울리는 음식. 게다가 갖은 양념과 더불어 야채에 쌈을 싸서 먹으면 더욱 잘 어울린다. 그래서 남녀노소가 좋아하고, 생선회를 즐기지 않는 사람들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다.
상추에 붕장어회를 충분히 얹고 넉넉하게 초장을 두른 다음, 땡초와 마늘을 얹어 한입 크게 싸서 먹는다. 볼이 터져라 씹히는 붕장어 회는 고소하고 풍부한 육즙으로 입 안 가득 풍성한 만족감을 준다. 씹으면 씹을수록 붕장어 특유의 구수함이 퍼져나고, 향긋한 깻잎은 기름진 회 맛을 조화롭게 다스리며 개운함을 준다. 땡초의 알싸함과 마늘의 깊은 향내를 얹으니, 그 맛 또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붕장어회와 곁들여 나온 붕장어매운탕을 맛본다. 뚝배기 속에서 펄펄 끓는 붉은 매운탕이 마치 노을 진 바다를 보는 듯하다. 맛은 의외로 삼삼하면서도 담백하다. 떠먹을수록 깊은 우물처럼 그 시원함이 끝이 없다. 전날 과음한 이들의 숙취해소에는 그저 그만이겠다. 그만큼 매운탕은 부산 바다와 닮았고 부산사람들의 정서와 닮았다. 한 술에 입 안이 바짝 긴장되고, 두 술에 몸이 따뜻하게 풀리고, 세 술에 온 세상 모든 일들이 기꺼워지고 용서가 되는 것이다.
붕장어 구이도 한 접시 맛을 본다. 매캐한 연기 때문에 주인장들이 실외에서 구워주기도 하지만, 붕장어 구이는 먹는 이들이 직접 구워먹어야 제 맛이다.
두툼한 붕장어 몇 점 껍질부분부터 석쇠에 올린다. ‘치지직’ 하고 먹음직스런 소리와 함께 ‘꿈틀꿈틀’ 붕장어가 몸을 뒤틀며 익기 시작한다. 구수한 냄새가 예사롭지 않다. 아직 촉촉한 붕장어 한 토막을 입에 넣는다. 꼭 샤브샤브처럼 육질이 부드럽고 신선하다. 고소한 맛이 입 안 가득하다. 노릇노릇 익으면 기름장에 살짝 찍어 먹어도 좋고, 재차 벌건 양념을 발라 먹으면 매콤한 맛이 입을 긴장시켜 좋다.
양념구이도 미식가 입맛 사로잡아
양념을 듬뿍 발라 다시 석쇠에 굽는다. ‘자글자글’ 양념이 고기에 배면서 겉은 바삭바삭 하고, 안은 촉촉하니 육즙을 담고 있다. 깻잎에 잘 익은 붕장어 구이 한 점과 마늘, 땡초를 올려 한 입 넣는다. 처음의 아삭거림과 곧이어 맵싸하니 터져 오르는 부드러운 육즙과 마늘의 향이 절묘하게 어우러지며 환상의 조화를 이룬다.
붕장어 구이는 우리가 살아온 세월과 같은 음식이다. 우리네 세월 속에는 아주 많은 ‘인생의 굴곡’들이 양념처럼 덧칠되어 있다. 달고 쓰고 맵고 신 맛…, 장어구이도 이런 다양한 맛의 세월이 골고루 묻어 자글자글 붉게 노을이 드는 것이다. 거기에다 묵혀둔 세월 같은 소주 한 잔 ‘탁’ 털어 넣는다. 소주는 잘 익어 달디 달다. 연탄불 위 석쇠에는 붕장어가 지글지글 잘도 익고 있다. 아~ 이게 세월의 맛인가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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